
일을 시작하고 월급을 받으면서 한 가지 고민이 생겼다. 들어온 돈을 생활비로만 흘려보내지 않고 의미 있게 모으고 싶었는데, 정작 무엇부터 해야 할지 몰랐다.
예금만 하기에는 투자를 조금씩 공부해보고 싶었고, 그렇다고 개별 기업을 골라 주식을 사기에는 자신이 없었다. 어떤 회사가 앞으로 잘될지 판단할 지식도 부족했고, 한 종목의 등락을 계속 지켜보는 방식도 나와 잘 맞을지 확신이 없었다.
그때 친구의 추천으로 ETF를 알게 됐다. 이후 직접 자료를 찾아보면서 ETF 하나로 여러 기업에 나누어 투자할 수 있다는 점이 눈에 들어왔다. ETF라고 모두 안전한 것은 아니며 주식형 상품은 시장이 하락하면 손실도 날 수 있다. 그래도 한 회사에 모든 판단을 거는 것보다는 내가 시작하기 쉬운 방식이라고 생각했다.
투자 플랫폼은 웰스심플을 선택했다. 캐나다에서 주변 사람들이 많이 이용한다는 이야기를 들었고, 나도 직접 알아본 뒤 작은 금액부터 시작해보기로 했다. 처음부터 완벽한 포트폴리오를 만들기보다는 ‘시작이 반’이라는 생각으로 실제 매수 버튼을 눌러보는 데 의미를 뒀다.
내가 처음 매수한 ETF는 VFV였다. 미국의 대표적인 주가지수인 S&P 500에 투자하면서도 캐나다달러로 거래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S&P 500은 미국의 주요 대형 기업 약 500곳으로 구성된 지수다. VFV를 매수하면 이 지수를 따라가는 방식으로 여러 미국 기업에 함께 투자하게 된다. 개별 기업을 하나씩 고르기 어려웠던 나에게는 미국 대형주 시장에 투자할 수 있는 출발점이었다.
다만 기업마다 똑같은 금액을 나누어 투자하는 구조는 아니다. 기업의 시장가치 등을 반영해 비중을 정하기 때문에 규모가 큰 기업의 주가 움직임이 ETF 전체에 더 큰 영향을 줄 수 있다. 여러 기업을 담고 있어도 미국 대형주에 집중된 상품이라는 점은 기억할 필요가 있다.
또 캐나다달러로 거래하는 것과 환율 영향을 없애는 것은 다르다. VFV는 미국달러 환율 변동을 상쇄하는 환헤지 상품이 아니다. 미국 주가가 그대로여도 미국달러가 캐나다달러보다 강해지면 캐나다달러 기준 평가액에는 도움이 될 수 있고, 반대로 약해지면 수익률에 부담이 될 수 있다.
VFV 이후에는 캐나다 주식시장에 투자하는 VCN도 추가했다. VFV가 미국 대형주를 담는다면, VCN은 캐나다의 대형주/중형주/소형주를 폭넓게 포함하는 ETF다. 추종 지수는 FTSE Canada All Cap Domestic Index다.
캐나다 시장은 미국과 업종 구성이 다르다. 은행 같은 금융회사와 에너지/자원 관련 기업의 존재감이 크다. 그래서 VCN을 추가하면 투자 국가뿐 아니라 포트폴리오에 담기는 기업과 업종 구성도 달라진다.
이 차이는 분산투자에 도움이 될 수 있지만, 캐나다 시장만의 위험도 있다. 금융회사 실적은 대출과 부동산 경기 등의 영향을 받고, 에너지·자원 기업은 원유나 원자재 가격에 민감할 수 있다. 캐나다에서 익숙하게 접하는 기업이라고 해서 주가까지 안정적인 것은 아니다.
VCN의 역할은 미국 주식과 다른 시장을 함께 보유하는 데 있다. 다만 적절한 캐나다 비중은 사람마다 다르므로, ETF를 추가했다는 사실과 전체 투자금에서 얼마나 배분할지는 따로 생각해야 한다.
세 번째로 추가한 XEF는 미국과 캐나다 밖의 선진국 주식에 투자하는 ETF다. 일본과 영국, 프랑스, 독일, 호주 등 여러 나라의 기업을 담는다. 추종 지수는 MSCI EAFE IMI이며, 대형주뿐 아니라 중형주와 소형주도 포함한다.
이름이 길지만 핵심은 간단하다. VFV와 VCN으로 북미 시장을 담았다면, XEF는 그 밖의 선진국 시장을 더하는 역할을 한다. 국가마다 경기 흐름과 산업 구성이 다르므로 미국 주식과 항상 같은 폭으로 움직이지는 않는다.
다만 ‘해외 ETF’라고 해서 전 세계 모든 나라를 포함하는 것은 아니다. XEF는 선진국 중심이며 중국·인도 같은 신흥국 시장은 포함하지 않는다. 따라서 이 세 ETF를 보유한다고 전 세계 주식시장을 빠짐없이 담는 것은 아니다.
XEF 역시 캐나다달러로 거래하지만 환헤지 상품은 아니다. 해외 주식 가격뿐 아니라 엔화·유로화 등 투자 대상 통화와 캐나다달러 사이의 환율 변화도 수익률에 영향을 줄 수 있다.
| VFV | 미국 대형주 | 대형 기업의 영향력, 미국달러 환율 |
| VCN | 캐나다 대·중·소형주 | 금융/에너지/자원 업종의 영향 |
| XEF | 북미 밖 선진국 대·중·소형주 | 여러 국가와 통화, 신흥국 제외 |
이렇게 지역을 나누어도 세 상품 모두 주식형 ETF라는 점은 같다. 전 세계 주식시장이 함께 하락하면 세 ETF의 평가액도 동시에 떨어질 수 있다. 지역 분산과 함께, 이 돈을 언제 사용할지와 어느 정도의 하락을 감당할 수 있을지도 생각해야 한다.
처음에는 무엇을 살지가 가장 큰 문제처럼 보였지만, 막상 시작하고 나니 더 중요한 것은 꾸준히 이어갈 방법이었다. 그래서 월급날에 맞춰 자동이체와 자동투자를 설정했다. 돈이 남으면 투자하는 방식은 생활비를 쓰다 보면 계속 미뤄질 수 있지만, 월급이 들어올 때 먼저 정해둔 금액을 옮기면 투자도 월 고정비처럼 관리할 수 있다.
웰스심플의 정기투자는 주식과 ETF 등을 대상으로 매일/매주/격주/매월 주기를 선택할 수 있고, 계좌 현금이나 외부 은행계좌 등을 자금 출처로 지정할 수 있다.
지금 돌아보면 첫 매수의 의미는 높은 수익률을 맞힌 데 있지 않다. 막연히 “투자해야 하는데”라고 생각하던 단계에서 벗어나, 소액이라도 내 돈의 흐름을 직접 정하기 시작했다는 데 있다.
아직 배울 것은 많다. 지역별 비중도 점검해야 하고, 추가 납입으로 리밸런싱하는 방법도 익혀야 한다. 그래도 첫 월급에서 일정 금액을 떼어 자동으로 투자하는 구조를 만든 덕분에 저축과 투자를 매번 의지에만 맡기지 않게 됐다. 나에게 ETF 투자의 첫 단계는 완벽한 종목 선택보다 작게 시작하고 월급날마다 반복할 수 있는 습관을 만드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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